카를로스 로돈은 어떻게 올스타로 부활했을까?

이번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뉴욕 양키스 선발진은 우승을 노리는 팀에 걸맞지 않게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프시즌 동안 FA 시장에 나온 맥스 프리드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하긴 했다. 하지만 그 외 상황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았다. 에이스인 게릿 콜이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했다. 2024시즌 기대주로 떠올랐던 루이스 힐과 양키스 합류 후 기복이 심했던 카를로스 로돈 역시 계산이 서는 투수는 아니었다.
시즌 전 양키스 선발진 전망은 프리드 한 명이 모든 것을 떠안는 구조처럼 보였다. 그 뒤를 받쳐줄 확실한 2~3선발 자원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불안한 선발 마운드는 팀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025 시즌이 끝난 현재 양키스 팀선발 ERA은 3.69로 전체 4위를 기록했다. 873이닝 역시 전체 6위로 양키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번 시즌 양키스 선발진이 활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돈이 확실한 2선발로 자리 잡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준 덕분이다. 그렇다면 양키스 ‘아픈 손가락’의 상징이기도 했던 로돈이 어떻게 올스타 투수로 부활할 수 있었을까?
한계가 명확했던 카를로스 로돈
많은 팬들은 카를로스 로돈을 두 가지 구종만으로 승부하는 파워 피쳐로 기억한다. 실제로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22년,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구사율 합계는 무려 92%에 달했다. 사실상 두 구종만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피치였음에도 로돈은 그 해 178이닝을 소화하며 ERA 2.88, 237탈삼진, fWAR 투수 전체 2위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투피치로도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평균 구속이 약 96마일이었던 포심과 정상급 구위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가장 먼저 플라이볼 허용이 많았다. 높은 구속과 강한 백스핀이 함께하는 투구를 컨택하면 자연스럽게 타구 비거리가 늘어난다. 그리고 포심은 63.9%로 평균보다 10%p 이상 높은 존에 투구했다. 타자는 슬라이더로 시야가 아래에 있어 포심에는 공 밑 부분을 타격해 플라이 볼이 늘어난다. 슬라이더와 달리 포심은 ‘1티어’ 구위가 아니었다. 포심 위력만으로는 범타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 포심 비율 | 슬라이더 비율 | 포심 Stuff+ | 슬라이더 Stuff+ | PULL AIR% | HR/9 | ERA |
2022 | 61% | 31% | 108 | 121 | 19.4% | 0.61 | 2.88 |
2023 | 60% | 29% | 105 | 115 | 25.4% | 2.10 | 6.37 |
*Pull AIR% : 당겨서 친 라인드라이브, 플라이볼 비율 (평균 16.7%)
평균 수준 패스트볼 구위를 가진 파워 피쳐는 홈구장을 바꾸자 한계가 바로 드러났다. 22시즌, 로돈은 오라클 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다. 오라클 파크는 바다와 긴 펜스 영향으로 홈런이 가장 안나오는 구장 중 하나다. 반면 양키스가 사용하는 양키 스타디움은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구장 중 하나다.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인 홈구장 사용에도 레퍼토리를 똑같이 가져가자 피홈런은 급격히 늘어났다. 부상으로 시즌까지 절반을 날리며 밸런스조차 잡지 못한 로돈은 금세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올스타 투수로 돌아온 로돈의 부활
변화는 2023년 당한 왼쪽 전완근 부상에서 시작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왼쪽 다리를 3루 방향으로 더 비틀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하체 메커니즘 교정 시간이 짧았던 것도 밸런스 문제 원인 중 일부일 것이다.) 다시 말해 상체를 더 닫는 자세를 만든 것이다. 하체에서 더 큰 회전력을 만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키네틱 체인도 안정화 되었고 상체가 열리는 현상도 줄어들었다.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회전 중심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팔각도는 회전축과 자연스럽게 일직선에 가까워지며 팔각도가 내려갔다. 전완근 부상 방지에만 도움이 된 건 아니다. 전반적인 메커니즘이 바뀌면서 투구 방향성도 달라졌다. 회전축이 조금 더 수평으로 변하니 마그누스 힘도 수평으로 더 강하게 작용했다. 자연스럽게 포심이 좌타자 몸쪽으로 더 큰 수평 무브먼트를 만들었다. 포심뿐 아닌 좌타자 몸쪽 궤적을 뛰는 체인지업, 싱커 역시 좋은 영향을 받았다.
좌타자가 아닌 우타자 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는 어떨까? 위 세 구종과 달리 수평 무브먼트가 줄어들었다. 팔각도를 내리면서 공에 가해지는 탑스핀이 줄어드니 수직 무브먼트도 줄었다. 무브먼트가 줄어든 슬라이더는 정상급 구종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평균 이상 구종이고 다른 구종들이 자신의 가장 큰 약점 피홈런을 줄이기 더 유리해졌다.
| 포심 비율 | 슬라이더 비율 | 포심 hiLoc% | 포심 loLoc% | GB% | Whiff% |
2022 | 61% | 31% | 63.9% | 14.0% | 35.3% | 31.2% |
2025 | 41.8% | 28% | 37.4% | 36.1% | 44% | 30.3% |
차이 | -9.2%p | -3%p | -26.5% | +22.1% | +8.7%p | -1.1%p |
평균 수준 포심 구위와 떨어진 슬라이더 구위로는 포심은 높게, 슬라이더는 낮게 던지는 1차원적인 패턴은 매우 위험해졌다. 구종이 달라진 만큼 메커니즘도 변해야 한다. 그래서 로돈도 메커니즘을 바꿨다.
핵심 변화는 포심을 낮은 존에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이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포심을 낮게 던졌을 때 생기는 변화는 단순하다. 타자가 공을 띄우기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우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 좌타자에겐 싱커 비율을 늘리며 구종 선택지도 넓혔다. 이 덕분에 슬라이더 헛스윙 비율은 2022년보다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땅볼 비율은 최하 수준에서 평균으로 끌어올렸다.
새로운 모습으로 양키스의 기둥이 된 로돈
물론 아직 약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땅볼 비율과 플라이볼 비율은 이제야 평균 수준이 됐다. 전성기 모습으로 돌아간 것은 더욱 아니다. 탈삼진 비율은 줄고 볼넷 비율은 늘어났다. 그래도 올 시즌 로돈은 구위로 찍어 누르는 것만 정답이 아님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돌아줄 로돈의 부활은 누구보다 양키스에 절실했다. 2025년 로돈은 샌프란시스코 시절처럼 화려한 에이스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팀이 필요했던 역할을 해냈다. 덕분에 양키스는 다시 월드시리즈를 꿈꿀 자격이 있는 팀임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