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우의 포심이 MLB 1위인 이유

이번 시즌 186.2이닝 ERA 2.94 FIP 3.47 WHIP 0.927 K/BB 5.50 등, All-MLB 세컨드 팀에 선정될 정도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시애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브라이언 우. 그는 전체 투구 중 포심의 구사율이 무려 47.3%에 이를 정도로 포심 패스트볼의 구사율이 높은 투수 중 하나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구종 가치 1위인 우의 포심 패스트볼은 우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 보기엔 우의 포심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 구속은 95.6마일로 준수하긴 하나, 특별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평균 회전수는 2293 rpm으로 리그 평균 수준이며, 25°의 낮은 팔각도로 인해 15인치 수준을 맴도는 수직 무브먼트는 리그 평균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타자들은 우의 포심을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100마일의 빠른 강속구도, 뛰어난 무브먼트를 가진 구종도 아닌 우의 포심을 타자들이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의 포심이 타자들을 무너트리는 비결은 바로 VAA(Vertical Approach Angle), 즉 수직 접근 각도에 있다. VAA란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때 얼마나 가파른 각도로 들어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 절댓값이 0에 가까울수록 평평한 포심이 된다.

VAA는 릴리스 포인트와 탄착군에 영향을 받는다. 릴리스 포인트가 낮을수록, 탄착군이 높을수록 포심은 평평해진다. 이는 타자들의 눈에 더욱 떠오르는 느낌을 주어 헛스윙률을 증가시킨다.
브라이언 우의 평균 VAA는 -3.7°로 매우 평평한 포심을 던지는데, 우가 이렇게 낮은 VAA를 기록할 수 있는 비결은 뛰어난 매커니즘에 있다.
브라이언 우는 지면으로부터 평균 5.1피트 높이에서 포심을 던진다. 해당 수치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에서도 극히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우는 높은 레그킥으로 체중을 뒷다리에 완전히 싣고 내려오며 하체를 지면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앞 발이 착지하는 순간 상하체 분리를 극대화하는데, 골반은 먼저 열리지만 상체는 뒤에 남아 회전 타이밍을 늦춘다.
다리를 뻗으면서 양손도 크게 벌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강한 회전력이 발생한다. 왼팔에 회전력이 가해지면서 상체 회전이 시작되고, 각 운동량을 보존하기 위해 오른쪽 팔이 움직인다. 덕분에 팔은 자연스럽게 낮은 슬롯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매커니즘으로 만들어진 우의 포심은 28.8%의 높은 헛스윙률은 물론이고, 존 안에서도 25.5%의 높은 헛스윙률을 기록했으며 wOBA도 .238로 실제로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있다.

브라이언 우의 포심 로케이션을 보면 의도적으로 존 상단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도 57.1%의 hiLoc%(존 상단 투구비율)을 기록하여 존 상단을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MLB 평균 52%) 상술했듯, 높은 탄착군은 낮은 VAA를 기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는 낮은 릴리스 포인트와 만나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낮은 위치에서 존의 상단을 공략함으로써 포심의 VAA를 더욱 평평하게 만들고, 타자에게 공이 떠오르는 듯한 착시를 극대화한다.

브라이언 우의 포심은 단순한 구속이나 회전수의 산물이 아니다. 낮은 릴리스 포인트와 하이존 공략,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그의 투구 동작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매커니즘의 정수에 가깝다. 이제 겨우 풀타임 2년 차인 우는 단점으로 지적받던 변화구 구사 측면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생의 어린 투수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