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알아보는 봄날 마운드와 타석의 지배자들

어느덧 시즌이 시작한 지도 한 달 가까이 됐다. KBO는 팀별로 약 25경기, MLB는 약 28경기 정도 소화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팀을 넘어 리그를 빛낸 투수와 타자로는 누가 있을까? 오로지 객관적인 데이터로 지배자들을 소개하고 원인을 분석해본다. 모든 데이터는 4월 27일까지 집계한 것이다.
KBO를 대표하는 불방망이들

왼쪽부터 SSG의 박성한, 삼성의 류지혁, 한화의 문현빈
현재까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상급 타자들로는 SSG 랜더스의 박성한, 삼성 라이온즈의 류지혁, 한화 이글스의 문현빈을 꼽을 수 있다. 이 셋은 타자 WAR, 출루율, 장타율에서 1-3위를 독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공고한 최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박성한을 대표하는 기술은 컨택이다.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보낼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이자 뛰어난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어낸다. 여기서 올해는 더 진화한 모습을 보였는데, 삼진율이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볼넷율은 늘어난 것이다. 더불어 약 50%를 오가던 당겨치기 비율이 줄었고, 밀어치기 비율이 40%를 넘기며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율인 BABIP까지 증가했다.즉 경기장 여러곳에 타구를 보내는 능력이 성장해 야수들의 타구 판단과 예측의 난이도가 올라 자연스레 BABIP 및 타격 성적까지 오른 것이다. 또한 이미 뛰어난 선구안이 더 진화해 출루율까지 오르며 최상급 출루머신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류지혁은 선구안 정도를 제외하고는 타격 능력이 주전급이라 보기 어려운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타격 지표가 상당히 좋아지면서 삼성의 주전 2루수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급상승한 장타력, 순장타율과 플라이볼 비율이 커리어 하이를 찍을 만큼 오른 것이다. 물론 큰수의 법칙에 따라 경기를 꾸준하게 출전하다 보면 타격 지표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지만, 벌써 작년 2루타 수의 절반 및 홈런 커리어 하이 등 유의미한 반등이 30대 초중반에 이뤄진 점은 신기한 포인트이다. 삼진 비율은 꾸준히 줄고, 볼넷 비율이 늘어난 것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문현빈은 두 선배들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BABIP이 엄청나게 오르지도 않았고, 플라이볼 비율이 급등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벌써 평균 대비 득점 기여도인 (주루) RAA가 커리어 하이를 찍을 만큼 좋아진 주루 능력과 급상승한 순장타율, 또한 1년 사이에 성장한 선구안이 전체적인 타격 지표 상승을 이끌었다. 삼진율이 2년 사이에 7%p나 줄어들고 볼넷율은 9.4%p나 올랐다. 삼진으로 인해 올라갔던 타수가 볼넷으로 치환됐고, 장타력은 꾸준하게 증가한 결과 커리어 하이를 맞이할 수 있었다. 박성한급은 아니지만 충분히 경기장 좌중우 다양하게 타구를 보낼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라는 점도 BABIP의 우상향에 기여했다.
KBO를 대표하는 에이스들

왼쪽부터 KIA의 애덤 올러, KT의 오원석, KIA의 성영탁
한편, 뛰어난 피칭으로 타자들을 제압해 에이스로서 명망을 높이고 있는 투수들도 많다. 워낙 뛰어난 투수들이 많고, 특성상 보직이 나뉘어져 있기에 좌-우, 그리고 불펜 투수로 나누어 3명을 분석했다.


먼저 현시점 최강의 우투수인 KIA 타이거즈의 애덤 올러이다. 올러는 작년에 KBO로 들어와 이제 2년 차인 만큼 2년 간의 지표로 분석했다. 올러의 기록 중 인상 깊은 점은 뛰어난 땅볼 유도를 통한 BABIP 억제이다. 지난해보다 삼진율이 꽤 줄었음에도 리그 최상급의 슬라이더로 땅볼을 생산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투심의 구종 가치는 음수지만 다른 구종이 전부 양수를 기록해 피네스 피처의 위용을 보여줬다. 더불어 삼진이 줄었으나, 그 이상으로 볼넷이 줄어서 삼진/볼넷 비율은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 재밌는 점은 우타자 상대 피OPS는 대폭 감소한 반면 좌타자 상대 OPS는 0.06 이상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물론 그 수치도 리그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고, 좌타자 자체가 우타자보다는 모집단이 적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음은 좌투수 중 FIP 1위, ERA- 3위 등 뛰어난 수치를 기록 중인 오원석이다. 오원석이 보여줬던 3년 간의 변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볼넷을 대폭 줄였고 피안타도 감소, 여기에 스트라이크 비율은 오르면서 매우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홈 구장이 인천에서 수원으로 바뀐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인 요인을 차차하더라도, 24년에서 25년으로 넘어오며 절반 가까이 감소한 이닝 당 피홈런과 1점 대에서 5점 대로 오른 삼진/볼넷 비율, 3년 간 꾸준히 오른 스트라이크 비율은 제구력의 성장을 확실히 증명하는 포인트이다. 변화구 제구가 좋아지며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는 땅볼 유도도 한몫하고 있다.


3번째는 불펜으로 눈을 돌려서, 현시점 10이닝 이상 불펜 중 ERA와 FIP 1위, WHIP 2위인 KIA 타이거즈의 성영탁을 분석했다. 성영탁의 1군 데뷔는 작년이었기에, 올해 리그 평균을 항목에 추가하여 그래프를 제작했다. 성영탁의 최고 장점은 뛰어난 제구력이다. 작년 기록부터 이미 리그 평균보다 뛰어났는데, 올해는 더 좋아졌다. 삼진/볼넷 비율은 무려 16, 시즌 초인 걸 감안해도 아웃라이어급이다. 수준급의 투심과 슬라이더가 있는데, 체인지업까지 장착하며 우타자 상대 피OPS는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 헛스윙률을 의미하는 Whiff%도 18%까지 상승, 리그 평균의 2배에 가깝다. 헛스윙 유도에 있어 구속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피네스 피처인 성영탁이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한편 MLB의 지배자들은?

이미 이주의 선수상을 가져간 애스트로스의 요르단 알바레즈
KBO와 진행한 경기 수가 큰 차이는 없으나 벌써 인상 깊은 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선수가 많다. 먼저 타자 중에서는 현재 홈런과 타출장 1위이자 벌써 WAR 2를 넘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요르단 알바레즈가 있다. 그와 비슷한 스탯으로 추격 중인 뉴욕 양키스의 벤 라이스, 준수한 컨택으로 타율을 3할까지 끌어올린 LA 다저스의 맥스 먼시도 인상 깊은 봄날을 보내고 있다.

양키스의 새로운 우완 에이스로 이미지를 각인 중인 캠 슐리틀러
투수 중에서는 WAR과 FIP 1위인 뉴욕 양키스의 캠 슐리틀러가 인상 깊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뛰어난 파워 피칭으로 9이닝 당 10개 이상의 탈삼진을 적립하면서 삼진/볼넷 비율은 10 이상인 초월적인 기록들을 쓰고 있다. 더불어 사이영상 3연패를 노리는 디트로이트의 타릭 스쿠발과 승리-ERA 1위인 LA 에인절스의 호세 소리아노, 첫 경기 부진한 이후 빠르게 2점 대까지 ERA를 줄인 폴 스킨스 등 많은 에이스들이 봄날의 지배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큰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야구의 세계에서 성적 하락은 필연적이다. 결국 모든 타자는 4할 밑의 타율을 기록할 것이며, 0점 대 ERA를 기록하는 선발 투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버티며 따스한 봄이 올 때까지 야구를 기다린 팬들에게 경쾌한 시작을 알리면서 인상 깊은 활약과 승리를 쌓는데 기여하는 선수들의 노력은 언제나 반가울 뿐이다. 현재의 지배자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해 인상 깊은 한 해를 보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