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네토는 어떻게 20홈런을 칠 수 있었을까?

좋은 타자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야구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이어진 논쟁 중 하나다. 그리고 현대 야구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다. 바로 득점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타자다. 여기서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득점에 기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스포츠마다 점수를 얻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축구나 하키처럼 특정 구역에 공을 넣는 스포츠는 골(Goal)이라고 부른다. 배구나 테니스처럼 특정 구역에 공을 떨어뜨려 얻는 스포츠는 포인트(Point)라고 부른다. 하지만 야구의 득점 단위는 런(Run)이다. 주자가 1루, 2루, 3루 베이스를 거쳐 홈 베이스까지 달려서 들어와야 점수를 얻는다.
그렇다면 야구에서 득점에 기여하는 타자는 주자가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올 시간을 벌어다 주는 타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타구를 더 멀리, 수비수가 반응하기 힘들 만큼 더 빠르게 보내는 타자다. 그것이 야구라는 게임에서 득점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다.
득점에 도움이 되는 타구를 만드는 타자들
더 멀고 빠른 타구는 배럴(Barrel%)이라는 지표로 찾아볼 수 있다. 배럴 타구는 안타나 장타가 될 확률이 높은 이상적인 타구들의 집합을 말한다. MLB.com은 98마일 이상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 26도~30도 사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타구 속도가 빨라질수록 발사 각도 범위는 넓어진다.

최근 3년 타석당 배럴 타구% 상위 3명을 살펴보면 해당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빠른 배트 스피드다.

<타석당 배럴 타구% 상위 3인의 배트 스피드 평균 (2023~2025)>
타자가 통제할 수 없는 야구공의 질량과 투구 속도를 제외하면 타구의 운동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트 스피드이기 때문이다.

<2025시즌 배트 스피드, 배럴 상관관계>
하지만 흥미로운 선수가 있다. 바로 잭 네토다. 2025시즌 네토의 평균 배트 스피드는 71.4마일로 빅리그 평균(71.7마일)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배럴 타구 비율은 38%(전체 상위 13%)를 기록해냈다. 배트 스피드가 평균 이하 임에도 불구하고 배럴 타구를 리그 평균보다 많이 생산해냈다.

<잭 네토 정규 시즌 성적(2024-25)>
잭 네토는 어떻게 좋은 타구를 만들까
배트는 회전 운동을 한다. 회전 운동을 하는 물체는 회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직선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선속도(v=rω)가 증가한다. 컨택 포인트가 앞일수록 스윙에 가속이 붙어 스윙 에너지가 많아진다. 실제로 배트 스피드와 컨택 포인트, 이 두 변수 사이 가장 상관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늘어나고 있다.

<각 배트 스피드 구간별 평균 컨택 포인트 (2023-25)>
네토는 홈플레이트에서 투수 쪽으로 약 16인치나 앞선 지점에서 컨택한다. 규정 타석 타자 중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히팅 포인트다. 배트 스피드가 정점에 도달해 회전력이 극대화되는 구간에서 컨택한다. 덕분에 에너지를 타구에 온전히 전달한다.
네토는 스윙 궤적도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가파르다. 약 39° 스윙 틸트(배트가 회전할 때 기울어진 각도)는 리그 전체 10위권 수준이다. 타격 순간 배트 헤드가 움직이는 상하 각도를 의미하는 어택 앵글 역시 약 18°(리그 3위)에 달할 정도로 극단적인 어퍼 스윙을 유지한다.

<잭 네토 타격 지표 (2025)>
가파른 어택 앵글 스윙은 배트 헤드가 위로 솟구치며 공을 때리는 궤적을 그린다. 물리적 구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히팅 포인트가 몸보다 앞쪽에서 형성되어야만 한다. 타격 지점이 전방으로 당겨지면 배트 헤드는 회전의 정점을 지나 몸 안쪽으로 감겨 들어가는 시점에 공과 맞닿게 된다. 덕분에 타구는 자연스럽게 당겨친 방향으로 향한다.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가진 어택 앵글, 당겨친 비율 (2025)>
앞선 타점과 극단적인 어퍼 스윙이 만나면서, 네토는 리그 평균(18.6%)을 압도하는 24%의 Pull Air%(당겨친 뜬공 및 라인드라이브 비율)를 기록했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가장 강한 힘을 공에 전달하는 스윙을 완성한 것이다.

<공격적인 네토의 타격 스타일>
놀라운 점은 과도하게 공격적인 타격 스타일에도 리그 최상위권의 정타 생산력을 유지해냈다. 일반적으로 전방 타점과 높은 어택 앵글은 컨택의 퀄리티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네토는 리그 하위 25% 수준의 짧고 간결한 스윙 길이(7.1피트)로 좋은 컨택을 유지한다.
스윙 궤적이 짧다는 것은 배트가 몸에서 멀리 돌아 나오지 않고 공을 향해 직선에 가깝게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네토는 극단적인 각도에서도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했다. 2025시즌 스위트스팟 비율(38.0%, 상위 15% 수준)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스윙의 트레이드 오프
하지만 모든 극단적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높은 헛스윙률(Whiff%, 29.1%)이다. 배트를 가파르게 올리면 배트는 아래에서 위로 급격히 퍼올려지는 궤도를 그린다. 타이밍이 아주 미세하게만 어긋나도 배트가 공의 밑부분을 지나치는 헛스윙이 발생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에이징 커브가 시작될 때다. 현재 네토는 간결한 스윙과 타고난 협응력으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한다. 하지만 조이 갈로의 사례처럼 노화로 인해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면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스윙은 급격한 추락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네토는 에인절스의 암흑기를 끝낼 수 있을까
잭 네토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높은 헛스윙률과 향후 신체 능력 저하에 따른 에이징 커브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위험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는 방식에 있다.
네토는 남들이 말하는 정석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본인만의 독보적인 메카닉을 설계해 에인절스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설계하며 편견에 도전하는 네토가 에인절스의 암흑기를 끝낼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길, 그리고 공격적인 야구가 새로운 유형을 만들기를 응원한다.